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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인가, 영화 <어느 가족>

by 데이지14 2023. 2. 6.

1. 영화의 줄거리.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언뜻 보면 평범한 가족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하츠에 할머니, 아버지 오사무, 어머니 노부요, 이모(?) 아키, 아들 쇼타, 가족 구성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실제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역할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생계에 도움을 주어 부족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추운 날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로 길에 혼자 나와 있는 아이 유리를 보고 측은한 마음에 집에 데려와 보살펴줍니다. 다시 집에 보내주려고 아이의 집에 데려갔지만, 집 안에서 아이의 부모가 유리를 낳고 싶어서 낳았냐는 말과 함께 심하게 싸우는 소리와 유리의 몸에 있는 상처들을 보고 차마 다시 집에 들여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유리는 쇼타의 동생으로 하츠에 가족의 일원이 됩니다. 유리는 낯선 환경이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하츠에 가족에게 금세 마음을 열게 됩니다. 뉴스에서 유리의 실종 소식이 나오고 유리를 돌려보내야 하나 했지만 유리는 자신을 학대하던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츠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하츠에 할머니의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하츠에 할머니의 죽음을 숨기고 집 밑에 시신을 암매장하게 됩니다. 쇼타는 생계형 도둑으로 마트나 동네 구멍가게에서 도둑질을 했는데, 동생 유리가 본인이 하는 행동을 따라 도둑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회의감을 느끼고,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둑질하는 모습을 일부로 보여주다가 결국 경찰에 잡히고 맙니다. 쇼타를 조사하던 끝에 하츠에 일가가 세상에 드러나고 실종된 유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하츠에 가족이 유리를 유괴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노부오는 경찰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아이를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냐며 유리를 학대했던 부모가 진정한 가족이 맞는지 의문을 던지며 분노합니다. 결국 유리는 학대 의심에도 불구하고 친부모에게로 돌려보내져 다시 학대받는 생활을 하게 되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이 납니다.

2.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 영화의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으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일본의 대표 감독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여 전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소외된 계층에 대한 내용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듯한 소재를 자주 다루는 감독으로, 이 전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라는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아이가 뒤바뀐 두 아이의 가족들을 그려내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는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주제로 영화 속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도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현실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영화 속의 캐릭터들도 완전한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고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선택한 길이 때로는 악이 되고 때로는 선이 되고는 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그려내면서 마침내 영화가 끝이 나면 '가족이란 무엇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점을 던져주는 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특유의 잔잔하게 진행되는 연출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고 묵묵한 연출이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3. 영화가 끝난 후 느낀 점

 사실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도 몰랐고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작은 영화관에서 이 영화 하나만을 상영하고 있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각 캐릭터들은 작든 크든 불법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일과 연관이 되어있는 사회적인 틀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캐릭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각 캐릭터들의 사정을 조금씩 자세히 그려낼수록 저런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 저 사람들의 선택이었는지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불법적인 행동으로 생계를 간신히 꾸려나가는 가족이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꼈고 의지했습니다. 그리고 학대받는 아이를 보고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그 아이는 단지 혈연으로 엮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학대받았던 가족에게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다시 학대받으면서 혼자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며 하츠에 가족과 함께 했을 때 배웠던 노래를 흥얼이는 아이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왜 사회는 그 아이를 구할 수 없었을까요? 그 아이는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한국에도 매년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나옵니다. 이슈화되었다가 사그라들만하면 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그런 사건들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단기적인 관심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심으로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